안녕하세요! 디자이너를 위한 영감과 인사이트를 저장하는 공간 (:D)Drive입니다. 혹시 ‘제품 디자인’하면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아마 요즘에는 ‘프로덕트 디자인’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라떼…) 제품 디자인하면 주로 산업 디자인을 일컫고는 했습니다. 산업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빼앗겼다는 마냥 웃지 못할 농담을 듣기도 했는데요. 그렇지만 물질세계를 사는 사람으로서 산업 디자인은 가장 필수적이고, 또 어쩌면 근본적인 디자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산업 디자인의 세계를 탐구해 볼게요.

📁 오늘의 파일 리스트

• [design] 벽돌의 시대, 드디어 저무나?
• [design] 숟가락이 진화한다면
• [design] 검은 땅에서 솟아 난 나무
• [tool] 전통적이지만 혁신적인
• [design] 가상에서 실재를 보여주는 법

벽돌의 시대, 드디어 저무나? 🧱

전자기기, 그중 특히 스마트폰은 간결한 폼팩터로 자리 잡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인데요. 이런 와중, 새로운 흐름에 맞춘 폼팩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AI 디바이스에요. 최근 CES에서 큰 관심을 끌고 흥행까지 성공한 Rabbit의 ‘R1’은 AI 에이전트 디바이스인데요. 디바이스에 명령하는 것만으로 스마트폰 앱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에요. 간결하면서 기존 스마트폰과 다른 레이아웃이 마치 다마고치를 연상케 합니다.

한편으로 AI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 ‘AI pin’ 또한 새로운 디바이스 경험을 제안했는데요. 쉽게 말해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이 디바이스의 특징은 바로 제품을 옷에 핀처럼 꼽고 프로젝트로 화면을 쏘는 방식이에요. 어디서든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오는데요. 이에 따라 화면이 없고, 옷에 고정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디바이스는 꽤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이 두 가지 디바이스는 미래의 보편적인 폼팩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숟가락이 진화한다면 🥄

때로는 사물이 생명처럼 느껴지고, 또 그만큼의 애착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여기 이 산업디자이너들은 숟가락을 생명처럼 진화시켰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BKID 소속의 박성제, 정재필 디자이너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숟가락을 재해석해 선보였는데요. 재조합, 돌연변이, 그리고 핸디캡이라는 원칙을 적용하여 다양하고 실험적인 숟가락들을 디자인했어요.   사용하기에는 도태될 거 같은 숟가락들이 유쾌한 가운데, 이런 색다른 관점과 접근은 충분히 유의미한 거 같습니다.

검은 땅에서 솟아 난 나무 🌲

작년에 전세계적으로 큰 산불이 났었고, 강원도도 그중 하나였죠. 산을 복원하기에 앞서 손상된 나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별다른 용도를 찾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졸업생 모임인 홍림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지팡이를 제안했어요. 〈검은 땅 75,010,925평〉 전을 통해, 타버린 적송을 활용한 개성 있는 디자인의 지팡이를 선보인 것인데요. 형태적 단순함과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지팡이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전시 공간은 산불 현장의 공간을 재현해 전시의 취지를 선명히 전달했어요. 잿더미 속에 꽂혀있는 지팡이들처럼, 산불로 지워진 자연이 다시금 새로 솟아나길 바랍니다.

전통적이지만 혁신적인 🥽

산업 디자인에 필요한 기본적인(어쩌면 전통적인) 프로세스가 있다면 바로 스케치일 거예요. 빠르게 아이디어를 확산하고 정리하는데 스케치는 유용한 방법이죠. 연필과 종이, 혹은 액정과 태블릿에서 이루어진 스케치는 이제 그 너머의 VR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Gravity Sketch’는 VR 스케치 툴로 VR기기를 활용해 현실 공간에 가상 스케치를 할 수 있어요. 이런 스케치의 장점은 입체적인 디자인을 바로 구현해 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실제 스케일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다른 사람과 화면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일의 효율성을 더해줄 거 같네요. 현업에서 사용하시는 분이 있다면 후기가 궁금합니다.

반면 VR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Feather'도 좋은 대안이 될 거 같습니다. 제품명처럼 Feather는 화면에서 가벼운 3D 스케치를 할 수 있는 툴인데요. 3D 프로그램의 높은 허들과 구현의 한계를 정확히 캐치하고, 쉽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전개할 해결책을 제시한 거 같습니다.

가상에서 실재를 보여주는 법 🖥️

온라인 채널이 주류가 되면서 제품을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보여주는지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여기에 재밌는 사례가 있어 공유해 드립니다. 공업용 장갑 브랜드인 Bronitex는 자사 제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3D 인터랙티브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어요. 스크롤을 내리면 제품이 만들어지는 각 단계와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지고, 결국 끝단에는 제품이 완성되는 것인데요. 마치 애플 제품을 연상케 하는 이런 방식은, 제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흥미마저 북돋아 주네요.

Vivobarefoot 또한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차이가 있다면 제품의 제작 과정이 아닌 제품 컨셉을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발에 맞지 않고 자원을 낭비하는, 기존의 신발 제작 방식에 의문을 던지고, 브랜드의 특징인 개인화된 제작 방식을 감각적인 인터랙티브 이미지로 구현했습니다. 기성 제품들을, 재료가 발을 불편하게 칭칭 감은 듯 표현한 게 인상 깊네요.

물성이 주는 즐거움

저 또한 물성을 다루는 일을 주요 업무로 삼는 디자이너로서, 물성이 가진 매력을 잔뜩 느끼고 있어요. 시각은 물론 촉각, 청각 등 물성이 주는 풍성한 감각은 화면에 익숙한 현시대에 다시금 되새겨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주변에 어떤 제품들이 보이시나요? 오늘은 익숙한 제품을 한번 요리조리 만져보길 권하며, 이만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