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자이너를 위한 영감과 인사이트를 저장하는 공간 (:D)Drive입니다.
다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장마와 태풍으로 잦아진 줄 알았던 더위가 다시 찾아오면서, 올해는 보통 여름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더위를 피하고자, 여름이 되면 자연스레 꺼내보는 MV가 있는데요. 오늘의 주제는 이 MV의 희생양(?)인, 겁 없이 밤길을 거니는 나그네로부터 시작됩니다...

📁 오늘의 파일 리스트

• [playlist] 너를 데려가겠노라
• [archive] 달상한 창귀를 그려내다
• [design] 으악! (폰트) 너무너무 무섭다
• [info] 한국의 요괴들
• [brand] 전통이 일상이 되도록
• [info] 가시는 길, 동무가 되어드리리
• [design] 이날치의 또 다른 매력

너를 데려가겠노라 🐯

조선시대에 범(호랑이)은 재난 그 자체였다고 하죠. 그 영향력만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은 편인데요. 그중 하나인 창귀는, 호랑이에게 죽은 귀신이에요. 섬뜩한 점은 창귀가 성불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호랑이에게 바쳐야 한다는 사실! 안예은의 ‘창귀’는 제목처럼 창귀를 소재로, 창귀가 한 나그네를 꾀어내서 호랑이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가수의 독특한 음색부터 다양하게 활용된 전통 악기들, 그리고 가사의 섬뜩함과 MV의 강렬한 비주얼이 더해주어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데요. 더운 여름밤 색다른 오싹함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해 드립니다.

달상한 창귀를 그려내다 👻

MV를 보고 나면, 고개를 까딱거리는 창귀의 모습이 계속 떠오를 만큼 그 인상이 강렬한데요. 이런 창귀를 탄생시킨 문준수 작가를 소개해 드려요. 거친 펜선이 밀도감 있게 들어간,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가 매력적인데요. 공포, 호러 장르같이 으스스하고 섬뜩한 이미지가 필요할 때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으악! (폰트) 너무너무 무섭다 😱

‘창귀’ MV의 세심한 포인트는, 가사의 폰트마저 으스스한 연출을 적용했다는 점인데요. 여기에 적용된 폰트의 이름마저 ‘으스스’입니다. ‘으스스’는 호러 장르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 제작된 ‘산돌 호러 프로젝트’의 결과물인데요. '두려운', '소름 끼치는' 같이 부정적이고 무서운 형용사를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다른 프로젝트 폰트인 ‘끼기긱’은 또 다른 무서운 매력을 선보이는데요. ‘으스스’에서는 거칠고 역동적인 매력을, ‘끼기긱’은 뾰족하고 뒤틀린 듯한 인상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요괴들 😈

노래를 통해 창귀를 알게 되었는데요. 창귀 말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한국의 귀신과 요괴들이 또 있을까 궁금하던 찰나, 이런 요괴들을 모은 ‘한국 요괴 대백과’를 알게 되었어요. 상, 중, 하권으로 나누어진 어마어마한 분량을 보자면 한국에 요괴가 이렇게 많았나 싶더라고요. 고전 문학을 전공한 저자 또한 이렇게 많은 요괴가 있는 것에 놀라면서도, 일본처럼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한국 요괴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나 그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아쉬우면서도, 반대로 더 상상력을 펼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동 저자의 ‘한국 판타지 아이템 도감’ 또한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너무 궁금한데요. 우리가 아는 대중적인 전통 너머에 있는, 더 다양한 전통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어요.

전통이 일상이 되도록 🇰🇷

앞서 으스스한 이야기에 정신이 혼미해지셨나요? 이번에는 살짝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통으로 고개를 돌려 볼게요. 호호당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전통 생활용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에요. 보자기와 배냇저고리가 대표적인 제품인데요. 특히 보자기는 명품 브랜드에서도 협업을 요청할 만큼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전통 공예품이라고 해요. 실생활 사용하기 용이하도록 불편함은 덜어내면서, 한국적인 것이 단순 유행이 되지 않도록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손님에게 전달하려는 대표님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시는 길, 동무가 되어드리리 👥

흔히 전통이라고 하면 조선 시대의 관습을 떠올리는데요. 그 이전의, 삼국시대 등의 시기는 쉽사리 생각하기 어려운 거 같아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특별전시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 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는 고대 신라, 가야의 토우 장식 토기를 선보이고 있어요. 토우 장식 토기는 그 당시 장송 의례에 사용되었는데요. 그 용도에 비해 토기는 어딘가 어설프고 귀여운 느낌입니다. 죽은 이의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면서, 귀여운 토우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이날치의 또 다른 매력 🎸

이날치는 얼터네이티브 국악이라는 장르를 확산시킨, 너무 유명해진 밴드이죠. 나만 알고 싶은 밴드에서 누구나 아는 밴드가 되어버린 것에 살짝 아쉽다가도, 이들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요. 제가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들의 MV입니다. 국악을 재해석한 실험 정신에 걸맞게 MV 또한 아방가르드한 비주얼을 선보이는데요. 팡팡팡그래픽실험실, 오디너리피플, TDL, PRESSROOM, 입자필드 등 흥미로운 작업을 이어온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MV에 참여했어요. 노래가 가진 서사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했는지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호랑이 뒷다리’의 MV가 가진, 안무와 그래픽의 역동적인 중첩이 인상 깊었습니다.

납량 특집을 기획했건만

처음은 으스스하게 시작했다가 전통으로 끝나버린 이번 주제, 어떻게 읽으셨나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재해석한 작업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기존 전통을 보존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새로운 층위 쌓아가는 것 또한 전통을 이어가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어떤 흥미로운 전통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해 보며, 오늘은 이만 마칠게요.